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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영화칼럼】<영원과 하루>(1998)

12/04/18 09:07

기본적으로 영화는 오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개중에는 철학이나 시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법한 영화도 있다. 데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작품들이 그렇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유랑극단>(1975)을 처음 봤을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각지를 방랑하는 유랑극단의 사람들을 통해 1939년부터 1952년까지의 그리스 현대사를 그렸다. 4시간에 가까운 작품이었지만 압도적인 영상이나 역사의 잔혹함과 피비린내에 시간을 잊은채 영화를 본 것을 기억한다. <영원과 하루>는 <유랑극단>으로부터 23년 후, 60대가 된 앙겔로플로스 감독이 죽음에 임박한 시인의 ‘마지막 하루’를 그린 영화다.

알렉산더(브루노 간츠)는 해저에 가라앉은 고대도시를 보기위해 섬을 향해 헤엄치는 소년시절의 꿈에서 깨어난다. 현실의 그는 중병이 진행된 상태이며 내일이 되면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알바니아 난민 소년을 구하려 한 것을 계기로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말려들고 만다.

알렉산더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아내와 지냈던 여름날의 기억이다. 하지만 죽음 저편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면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데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무엇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어” “왜 원하는 것들은 원하는 대로 되질 않지?” 시인의 독백이 직설적으로 가슴에 울려온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작품에 공통되는 선연한 영상과 무자비한 권력에 대한 분노다. 예를들어 시인이 소년과 함께 향하는 설산의 국경. 짙은 안개 너머의 철조망에는 알바니아 측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사람들의 유해가 걸려있다. 이 공포스런 광경은 시인이 본 환상이다. 하지만 국가권력과 집단폭력에 의한 죽음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감독의 시점은 “유랑극단의 기록”에서 조금도 흩트러지지 않았다.

내일이라는 시간의 길이는? 강요된 죽음은 내일이면 사라질 것인가? 영화를 본 뒤로도 영화가 던진 질문들을 반추하게 되는 작품이다.【교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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